2026.03.13 오전 인천=이아주 기자
이란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서며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리터당 1,900~2,000원 선을 위협하던 가운데, 정부가 마침내 ‘석유 최고가격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정부가 직접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초강수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오후 늦게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을 발표하고, 13일 0시부터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출고가)에 상한선을 설정한다고 밝혔다. 1차 적용 기간(3월 13일~26일) 최고가격은 다음과 같다.
보통 휘발유 : 리터당 1,724원
자동차용 경유 : 리터당 1,713원
실내 등유 : 리터당 1,320원
(고급 휘발유는 제외·도서·특수지역은 운송비 감안해 5% 이내 별도 최고가 적용 가능)
현재(12일 기준) 정유 4사 평균 공급가격이 휘발유 1,833원, 경유 1,930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휘발유는 리터당 약 109원, 경유는 217원 정도 강제 인하되는 셈이다. 인천 지역 주유소 관계자들은 “당장 오늘 새벽부터 정유사 공급이 바뀌면 2~3일 내에 소비자 가격도 따라 내려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신속·과감하게 시행하라”며 “정유사·주유소의 매점매석·담합·사재기 행위는 이익의 몇 배 수준으로 엄정 제재하겠다”고 강력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과 함께 매점매석 금지 고시도 병행해 공급 위축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인천 송도·연수·남동공단 일대 주유소들을 돌며 만난 시민들은 한결같이 “이제야 좀 살 만해지겠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출퇴근 차량이 많은 부평·계양 지역 자영업자 A씨(48)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휘발유 1,950원 넘는 주유소가 태반이었는데, 이번 조치로 물가 잡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유사 손실분을 정부가 분기별 실사 후 보전해 준다지만, 장기화되면 공급 축소나 품질 저하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부는 최고가격을 2주 단위로 국내외 유가 상황 반영해 재산정할 계획이며, 필요 시 주기 단축도 검토 중이다.
인천시는 이번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지역 물가 안정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주유소별 가격표시 철저와 불법 행위 신고센터(☎ 지역번호+120)를 운영해 시민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이란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름값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부터 시작된 정부의 가격 통제는 서민 장바구니와 자영업자 숨통을 틔워줄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인천매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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