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주 기자 입력 2026.03.12 10:00 | 수정 2026.03.12 10:20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에 근거한 광범위한 조사를 추진 중인 가운데, 한국이 주요 대상국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쿠팡 관련 청원이 철회된 뒤 USTR이 디지털·산업 분야 불공정 관행 전반을 겨냥한 ‘포괄적 조사’ 의지를 밝히면서, 자동차·반도체·화학 등 주력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현재까지 구체적인 조사 분야 및 대상 국가 등을 확정해 발표한 바 없다”며 섣부른 우려를 경계하는 입장을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조사가 개시되더라도 협상 여지가 충분하다”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국에도 301조를 적용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쿠팡 청원 철회 후 USTR “광범위 301조 조사” 천명
쿠팡의 미국 투자사(그린옥스·알티미터)가 1월 한국 정부의 ‘차별적 조치’를 이유로 USTR에 제기했던 301조 조사 청원을 9일 철회했다. 투자사 측은 “USTR이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보다 광범위한 301조 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단일 기업 청원이 중복된다”고 설명했다.
USTR은 최근 ‘2026 무역 정책 어젠다’에서 “무역법 301조 등을 활용해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조치를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며, 중국·브라질 조사 개시 후 아시아 과잉생산 국가(한국 포함 가능성)를 추가 타깃으로 지목했다. 디지털 서비스 규제(온플법·정보통신망법 등), 비관세장벽, 산업 과잉생산 등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산업부는 “USTR이 한국의 디지털 분야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301조 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으나, 조사 가능성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 대한상의 민관 합동 대책회의… “대미 수출 여건 훼손 막아야”
지난 2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 IEEPA 판결 및 추가 관세 조치 관련 민관 합동 대책회의’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이 주요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통한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천명했다”며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한층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장관은 “한국이 301조 조사 대상이 되지 않도록 여러 통상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미 수출 여건이 훼손되지 않도록 미국과 우호적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의에는 경제단체·주요 업종 협회·유관기관 등이 참석해 민관이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 1995년 자동차 악몽 재현 우려…수출기업 “관세 25% 되면 끝장”
무역업계에서는 301조 조사가 본격화될 경우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 주력 품목이 ‘핀셋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95년 현대차 미국 수출 시 관세 폭탄(2.5%→25%)으로 타격을 입었던 전례가 재현될까 우려가 크다.
산업부는 “조사가 개시되더라도 관세 부과까지 12개월 이상 소요되며,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설명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기조 속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정부는 최근 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통해 USTR·상무부와 관세 합의 이행 및 301조 청원 관련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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