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이 2주째 접어들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30%가 지나는 이 좁은 해협(폭 최협부 33km)이 사실상 막히면서 인천항을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 해운·물류·제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인천·경기 지역 수출입 기업 70% 이상이 중동·유럽 항로를 이용 중인데, 호르무즈 통과 물동량만 전체 한국 해운의 7.6%에 달한다(2025년 기준 1억202만t). 인천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 중 중동발·중동행 비중이 12%를 넘는 상황에서 봉쇄가 1개월 이상 이어지면 물류비 폭등과 공급망 마비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 인천 기반 유조선·벌크선 10척 이상 ‘갇힌 채’ 대기
해양수산부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및 오만만·페르시아만에 갇힌 한국 국적·한국 선사 소유 선박은 40척에 육박한다. 이 중 인천·평택·군산 등 서해권 선사 소속 유조선·벌크선만 10척 이상으로 확인됐다.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K에너지 등 정유사 계열 선박 7척이 이미 10일 이상 표류 중이며, 이 가운데 3척은 국내 소비량 3일 분량(약 150만 배럴)에 해당하는 원유를 싣고 있다. 인천 연수구·남동구 소재 선사 관계자는 “선원 가족들이 매일 전화로 ‘언제 들어오냐’고 울면서 묻는다. 폭격 소리가 들린다는 증언도 나와 공포가 크다”고 전했다.
◇ 인천 중소 수출기업 “컨테이너 한 척도 못 나가”
인천 남동공단·부평공단 등 중소 제조업체들은 이미 수출 지연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자동차 부품·화학제품·전자부품을 중동·유럽에 납품하는 A사 대표는 “호르무즈를 우회하려면 아프리카 희망봉까지 돌아가야 해 운임이 3~4배 뛰었다. 납기 지키지 못하면 계약 해지 통보가 올 판”이라고 토로했다.
인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회원사 300곳 중 62%가 “중동 정세 악화로 3월 매출 타격 불가피”라고 답했다. 특히 석유화학 원료·플라스틱 수지 수입이 끊기면서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 정부·지자체 비상대책…인천시 “선원 가족 지원 TF 가동”
인천시는 10일부터 ‘중동 정세 비상대응 TF’를 가동하고, 갇힌 선원 가족 180여 명(인천 거주 기준 추정)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생계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유정복 시장은 “인천은 해양·물류 도시인 만큼 호르무즈 사태가 장기화되면 지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정부와 함께 우회 항로 확보·비축유 추가 방출 등을 강력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 비축량 200일분을 유지 중이지만, 호르무즈 봉쇄가 2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최고가격제 도입과 함께 인천·울산 등 정유단지 가동률 조정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원유 70.7%, LNG 20.4%를 중동에 의존하고 그 95%가 호르무즈를 지난다”며 “이번 사태가 단순 유가 상승을 넘어 에너지 안보·산업 경쟁력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천매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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