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포를 잘 만들고 탱크를 많이 수출한다고 안보 최강국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이 증명하듯, 현대 전장의 승패는 어떤 미사일을 쏘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쏠지’를 실시간으로 결정하는 데이터 분석 속도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국방은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 기술에 치우쳐 있었다. 튼튼한 장갑과 파괴력 있는 화포라는 껍데기를 만드는 데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전장 전체를 조망하고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라는 ‘세계 최강의 두뇌’ 영역에서는 걸음마 단계였다.
이재명 정부가 청와대에서 주재한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를 통해 최대 10조 원의 정책 펀드를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K방산의 진정한 미래를 위해 민간의 최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을 안보에 결합, 독자적인 ‘안보 브레인’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롤모델로 내건 것은 미국의 전설적인 빅데이터 AI 기업 ‘팔란티어(Palantir)’다. 팔란티어는 위성 사진, 드론 영상, 금융 거래 내역 등 도저히 하나로 묶이지 않던 무수한 파편 데이터를 AI 시스템 하나로 통합해 군과 정보기관에 실시간 판단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빈 라덴 추적과 우크라이나 전장의 포격 경로 설계 등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며 ‘전장의 브레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재명 정부는 이처럼 민간 혁신 기술이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기술 안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CIA가 팔란티어를 키워낸 벤처투자 모델인 ‘인큐텔(In-Q-Tel)’을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정부 주도로 가칭 ‘한국 전략기술 파트너스’를 설립하고, 모태펀드와 방산 펀드를 결합해 향후 5년간 최대 1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신안보 분야 벤처·스타트업에 과감히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목표는 명확하다. 오는 2030년까지 데이터와 AI 역량을 갖춘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한국형 팔란티어(신안보 유니콘)를 5개 이상 키워내고,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기술 강소기업 50개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라면 정부가 펀드로 투자하고, 실패하면 감수하되 성공하면 성과를 공유하겠다”며 실패를 용인하는 과감한 지원 방침을 밝혔다. 리스크가 커서 민간 대기업조차 쉽게 뛰어들지 못했던 국방 소프트웨어 영역을 정부가 앞장서 개척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쇳가루 날리는 하드웨어 제조 강국을 넘어, 데이터와 AI로 전장을 지배하는 ‘두뇌 강국’으로의 도약. 10조 원의 거대 자본이 마중물이 될 이번 한국판 팔란티어 육성 계획이 K방산의 미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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