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01 (수)
Uncategorized >

빅테크 탈세 잡으려다 ‘관세 폭탄’ 맞을라… 트럼프발 디지털세 전면전의 손익계산서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입력 2026.06.27 08:49
빅테크 탈세 잡으려다 ‘관세 폭탄’ 맞을라… 트럼프발 디지털세 전면전의 손익계산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각국에서 수조 원을 벌면서도 세금을 빼돌리는 꼴을 더는 못 보겠다며 유럽 국가들이 들고일어난 ‘디지털 서비스세(DST)’. 얼핏 들으면 소비자와는 상관없는 ‘부자 기업 옥죄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제 건당 실시간으로 3%를 원천징수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매출을 사후 정산해 통으로 걷는 이 세금의 독특한 구조 탓에 시장의 의문과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0% 보복 관세”라는 전대미문의 으름장을 놓으면서 글로벌 경제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 ‘사후 정산’의 맹점… 결국 소비자 지갑에서 나간다?

디지털 서비스세는 기업이 자진 신고한 연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문제는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초거대 독점 기업들이 이 세금을 온전히 제 돈으로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세금을 먼저 도입했던 국가들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늘어난 세금만큼 광고 단가와 플랫폼 수수료를 올리겠다”며 비용을 고스란히 중소 광고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꼼수를 부렸다. 결국 빅테크를 잡겠다고 만든 세금이 일반 국민들의 물가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트럼프의 ‘100% 관세’ 으름장과 고물가 쇼크 우려

이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100% 보복 관세’ 카드는 전 세계적인 고물가(인플레이션) 공포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

미국이 디지털세를 걷는 유럽산 자동차, 명품, 와인 등에 100% 관세를 매기면 당장 미국 내 수입 물가가 폭등한다. 안 그래도 금리 인하 시점을 저울질하며 간신히 고물가 기조를 잡아 가던 글로벌 경제에 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보복 관세가 현실화되면 고물가 쇼크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 소비가 극도로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한국의 고차원 눈치게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우리 정부의 셈법은 한층 더 복잡하다. 한국 역시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을 해소하고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세 도입을 긴밀히 검토해 왔다. 구글코리아가 한국에서 매년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법인세는 국내 네이버의 수십 분의 일 수준만 내는 불공정한 상황을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한국이 독자적인 디지털세를 강행했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사정권’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대미 수출의 핵심인 자동차나 반도체 부품이 인질로 잡혀 100% 관세 폭탄을 맞을 위험이 있다. 소탐대실(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 앞으로의 전망: 다자간 합의냐, 무역 전쟁이냐

결국 앞으로의 관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글로벌 디지털세 다자 합의(필라1)’의 성패에 달려 있다. 개별 국가가 따로 디지털세를 걷으면 미국이 보복하겠다고 난리를 치니, 전 세계 140여 개국이 모여 “빅테크 기업의 초과 이익 중 일부를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공평하게 나눠 주자”는 하나의 기준을 통일하는 작업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글로벌 대상 기업의 약 40%가 미국계 빅테크인 만큼, 자국 기업을 지키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다자간 협정마저 무력화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빅테크의 꼼수 탈세를 막으려는 국제 사회의 명분과,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실리 장벽이 정면충돌하면서 글로벌 통상 무대는 당분간 시한폭탄을 안고 달리는 격렬한 눈치게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