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매일 마주하던 앞집 창문 너머로 거대한 장례식장 간판이 걸린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이 들까.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 같다지만, 내가 매일 밥을 먹고 아이들이 자라나는 삶의 한복판에 죽음의 그림자가 상시적으로 드리운다는 건 또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평온하던 주택가가 요즘 거센 폭풍우를 맞고 있다. 마을 한복판에서 장례식장의 증축과 신축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주민들의 일상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마지막 길은 존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길이 왜 하필 우리 아이들이 매일 등하교하는 골목길이어야 합니까?” 한 주민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원망과 서글픔이 동시에 묻어났다.
장례식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집단 행동을 예고했다. 그들을 거리로 밀어낸 것은 단순한 ‘NIMBY(혐오시설 기피)’ 정서가 아니다. 내 집 앞 골목길을 가득 채울 검은 상복의 행렬, 밤낮없이 울릴 곡소리와 상가(喪家)의 소음, 그리고 장례 차량들로 마비될 주차난까지. 주민들이 주장하는 주거권과 교육 환경 침해는 상상이 아닌, 눈앞에 닥친 생존의 문제다.
물론 장례식장은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공공의 시설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그곳을 거쳐 가니까. 하지만 그 시설이 들어서는 자리가 주민들이 평생을 일구어 온 삶의 터전 위라면, 이야기는 달라져야 한다. 공공의 이익이나 사업자의 권리라는 명목 하에,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땅한 안식처를 침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지금 숭의동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보상이 아니다. 그저 어제와 같은 평범한 일상, 아이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골목길을 뛰어놀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지켜달라는 것뿐이다.
도시의 개발과 확장은 늘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조용히 진행되곤 한다. 하지만 그 희생이 ‘내 집’이 되고 ‘내 가족’의 일이 되었을 때도 우리는 지금처럼 침묵할 수 있을까. 행정 당국과 사업자는 주민들의 이 간절한 외침을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하기 전에, ‘만약 내 집 옆이라면’이라는 다정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 갈등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다.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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