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민주화 이후 39년 만에 추진된 헌법 개정 시도가 국민의힘의 불참과 필리버스터 예고로 끝내 무위로 돌아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헌안 상정을 포기하며 “6월 3일 국민투표 시행 절차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6·3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를 목표로 했던 개헌 국민투표 계획은 최종 무산됐다.
투표함도 열지 못한 ‘불성립’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불참하면서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개헌안 통과에 필요한 재적 의원 3분의 2(191명)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 등 여야 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이 공동 발의한 이 안건은 우 의장의 독려에도 국민의힘 106석의 보이콧으로 무산됐다.
8일 재상정을 시도했으나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자 우원식 의장은 결국 상정 자체를 철회했다. 우 의장은 본회의장에서 “정략과 억지 주장을 끌어들여 39년 만의 개헌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우 의장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개헌안 주요 내용
이번 개헌안은 권력구조 개편 등 쟁점은 제외하고 ‘합의 가능한’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 수록
–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요건 강화와 국회 통제권 명시
– 국가 균형발전 의무화 등
여야 6당은 “12·3 사태 재발 방지와 민주주의 가치 헌법화”를 강조하며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 판단을 구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선거용 졸속 개헌”이라며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여야 공방 격화
민주당 등 여당 측은 “국민의힘이 내란 공범”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일방 강행은 위헌”이라며 “여야 합의 없는 개헌은 무효”라고 맞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강행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예산 낭비와 정치적 후폭풍
6·3 지방선거와 동시 국민투표를 준비하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준비 중단에 들어갔다. 이미 투입된 예산에 대한 낭비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22대 국회 후반기에서 다시 개헌 논의를 재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헌 논의는 중단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당분간 여야 대치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9년 만의 역사적 기회가 또다시 미뤄지면서 국회의 ‘정치력 실종’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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