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인천시가 핵심 미래 먹거리로 추진해 온 ‘블록체인 허브도시 조성’ 사업이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 정부 예산안에 관련 국비 지원액이 단 한 푼도 반영되지 못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완전히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천시는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제 특구 조성과 지역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대규모 청사진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예산 확보의 첫 단추인 국비 지원이 무산되면서, 시 자체 재정만으로는 기존의 방대한 계획을 끌고 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이번 국비 미반영은 새롭게 출범하는 민선 9기 시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와도 맞물려 파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가와 관가 안팎에서는 인프라 구축과 기업 유치 등 당초 계획했던 세부 사업들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 관계자는 “정부 예산 확보가 무산된 것은 아쉽지만, 자체 재원 조달 방안이나 사업 규모 축소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미 동력을 잃은 사업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천을 아시아의 블록체인 메카로 만들겠다던 장밋빛 구상이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자 수첩] ‘친정 체제’ 인천시, 왜 국비 확보 무산됐나?
지역 정가에서는 중앙정부와 인천시가 모두 같은 여당 소속의 든든한 ‘친정 체제’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예산 삭감이라는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 취재를 종합하면, 여기에는 세 가지 현실적인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전임 시정부 사업에 대한 기조 변화’ 블록체인 허브도시 구상은 민선 9기 박찬대 시정부의 핵심 공약이 아니라, 전임 민선 8기(국민의힘 소속) 시정부가 추진하던 역점 사업이었다. 새로운 시정부 입장에서는 전임 정권의 색채가 강한 사업을 그대로 승계하기보다, 자신들이 내세운 민생 공약에 재원을 집중하는 것이 정무적으로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인천시의 심각한 재정난’. 최근 인수위 발표를 통해 인천시의 잠재적 재정 부담이 5조 5,000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장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역 경제 유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미래 기술 사업에 중앙정부가 선뜻 수백억 원의 국비를 꽂아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앙 부처의 실효성 검증’. 수년 전 가상자산 붐에 편승해 기획된 블록체인 특구 사업이 정작 가시적인 기업 유치나 인프라 구축 면에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예산 당국의 냉정한 평가를 받으면서, 친정 정권이라는 프리미엄조차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 관가의 중론이다.
결국 이번 국비 무산은 여야의 정치적 논리를 넘어, 시 재정 정상화와 사업 실효성을 따진 고강도 구조조정의 서막으로 풀이된다.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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