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고위급 회담 직후 외신들의 눈과 귀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한마디에 집중됐다. 미국이 오랜 기간 묶어두었던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을 해제하는 조건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수출 농산물인 대두(콩)와 옥수수 등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이 같은 독특한 제안을 던진 배경은 무엇이며, 글로벌 시장에는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까?
테러 자금 차단과 표심 잡기…’일석이조’의 셈법
미국이 이란의 자산을 무조건 해제해 줄 경우, 이 자금이 다시 중동 내 무장 단체 지원이나 군사적 목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밴스 부통령의 이번 제안은 이른바 ‘실리적 딜’의 전형이다. 이란에게 직접 현금을 쥐여주는 대신, 식량 구매 대금으로만 돈이 빠져나가도록 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고도의 정치적·경제적 계산도 깔려 있다. 최근 분쟁과 무역 갈등으로 타격을 입은 미국 농가들의 소득을 올림과 동시에, 표심을 확실하게 잡겠다는 미국 행정부의 속내다.
“의무는 없다” 반발하는 이란…협상의 향방은?
미국 측이 “이란이 국민들을 먹이기 위해 미국산 식량을 사 가야만 할 것”이라며 강하게 압박하자, 이란 측은 즉각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란 정부 측은 “기존 협정상 미국산 농산물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산 동결 해제는 환영하지만, 구매처는 가격과 품질을 따져 자신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중동 정세 안정화와 국제 유가 ‘숨통’ 트이나
비록 구매 조건을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이 팽팽하지만, 시장은 이번 자산 해제 동의 흐름 자체를 대단히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양국 간 제재 완화 논의가 진전을 보이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당장 원유 수송의 동맥이 안정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동결 자산 해제라는 거대한 경제적 완충 장치가 작동하면서 요동치던 국제 유가와 글로벌 원자재 시장도 당분간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이란 간의 본격적인 협상 레이스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을 지워낼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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