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원숭이 거쳐 인류 최초 후성유전학 재프로그래밍 인체 투여 허가
세포 초기화 기술(OSK)로 시신경 재생 도전… ‘150세 시대’ 서막 열리나
[이제 ‘역노화(Age Reversal)’는 영화 속 상상이나 실험실 안의 ‘쥐’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사상 최초로 인간의 몸에 직접 역노화 물질을 투여하는 인체 임상시험을 승인하면서, 인류가 늙지 않거나 다시 젊어지는 이른바 ‘역노화 시대’의 첫발을 내디뎠다.
과학계와 외신에 따르면, FDA는 바이오 기업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시스(Life Biosciences)’가 신청한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 기반 치료제의 인체 임상시험(임상시험 번호: NCT 07290244)을 승인했다. 이번 임상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첫 환자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릴 예정이다.
◆ “또 쥐만 젊어졌네”는 옛말… 원숭이 거쳐 인간으로
그동안 대중은 “또 쥐 실험만 성공했다”며 수많은 노화 세포 역전 소식에 실망해 왔다. 그러나 이번 기술은 쥐를 넘어 인간과 가장 유사한 영장류인 ‘원숭이’ 실험에서 시각 기능 회복 능력을 성공적으로 검증받은 뒤 인간 단계로 넘어왔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이번 임상의 핵심은 세포를 젊은 시절 상태로 되돌리는 ‘초기화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줄기세포 유전자 유도 기술을 바탕으로 하되,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인자를 제외한 안전한 세 가지 유전자 조합(OSK)을 사용한다. 노화로 인해 하드웨어(DNA 설계도)가 망가진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설계도를 읽는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다는 하버드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의 이론을 현실에 적용한 결과물이다.
첫 임상시험 대상은 개방각 녹내장 및 시신경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전신 역노화에 앞서 ‘눈(시신경)’이라는 국소 부위에서 치료제의 안전성과 시각 기능 회복 여부를 우선 검증하며, 향후 간 등 다른 장기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 글로벌 자본 ‘조 단위’ 뭉칫돈… ‘수명 탈출 속도’ 도달할까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전 세계 거물들의 자본도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알토스 랩스’는 출범 당시 30억 달러(약 4조 원)를 모았고, 샘 올트먼이 후원하는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시스’ 역시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 ‘칼리코’ 역시 10년 넘게 비밀리에 노화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글로벌 장수 시장 규모는 2023년 650억 달러에서 2030년 3,140억 달러(약 400조 원)로 7년 만에 5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의학의 발전 속도가 나이 드는 속도를 추월해 영원히 늙지 않게 되는 ‘수명 탈출 속도’가 머지않은 미래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 ’60세 은퇴 후 90년 더 산다면’… 사회가 감당할 수 있나
기술이 인간의 몸 안으로 들어오면서 과학적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지워졌지만, 도리어 ‘사회적 파장’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만약 인류의 수명이 150세까지 연장된다면 당장 현재의 연금 구조와 복지 시스템은 전면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 은퇴 나이가 100세로 늦춰질 경우 청년 세대의 일자리 진입이 막히며 심각한 세대 갈등과 사회적 정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빈부 격차에 따른 수명의 불평등’이다. 고가의 회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자와 받지 못하는 자로 수명 자체가 양극화된다면 인류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계급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역노화 기술이 실현 가능한 시대로 진입한 만큼, 이제 진짜 과제는 생물학이 아니라 150세 세계를 감당할 수 있는 사회 구조와 공정한 접근성의 마련”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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