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거대한 ‘나이의 덫’에 걸렸다. 법적으로 직장을 떠나야 하는 정년은 60세인데, 지하철 무임승차나 기초연금을 받는 진짜 ‘노인’ 대접은 70세부터란다. 이른바 ‘줬다 뺏는’ 것도 아니고, 국가가 공인한 10년의 소득 공백기가 중장년층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서글프다 못해 비참하다. “아직 눈도 침침하지 않고 사지 멀쩡한데 나가라니요. 막상 나와 보니 할 수 있는 건 아파트 경비나 택배 분류뿐입니다.” 은퇴자들의 깊은 한숨이다. 평생을 바쳐 쌓아온 전문성은 간데없고, 사회가 이들에게 허락한 ‘양질의 일자리’는 전멸하다시피 했다.
설상가상으로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식당에 가면 키오스크가 가로막고, 카페에선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린다. 이제는 챗GPT니 인공지능(AI)이니 하는 것들이 인간의 일자리 자체를 위협하는 시대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중장년층은 기술의 소외지대로 밀려나며 double로 소외감을 느낀다.
정부와 지자체는 주야장천 ‘청년 창업’에만 수천억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진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절실함이 있는 주체는 바로 중장년층이다.
지금이야말로 적극적인 ‘시니어 창업‘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중장년층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수십 년간 현장에서 다져진 ‘인간에 대한 이해’와 ‘위기관리 능력’이다. AI와 로봇이 아무리 똑똑해져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마음을 만지는 정서적 상담 서비스나 오랜 노하우가 집약된 전통 기술 기반의 창업은 오히려 시니어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다만, 이들에게 “무작정 치킨집이나 편의점을 차리라”고 등 떠밀어서는 안 된다. 로봇과 AI가 성큼 다가온 사회라면, 시니어들도 이 기술을 부릴 줄 아는 ‘디지털 무장’이 필요하다. 정부는 청년 창업 지원금의 일부를 떼어 중장년층을 위한 ‘기술 융합 창업 교육’과 ‘실질적인 금융 지원’ 프로그램으로 재편해야 한다.
60세부터 70세까지의 10년은 인생을 포기하고 늙어갈 시간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가장 완숙하고 생산적인 에너지가 폭발할 수 있는 시기다.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소득 공백의 암흑기를 찬란한 ‘창업의 황금기’로 바꿔주는 것, 그것이 초고령 사회를 앞둔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숙제다.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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