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습니다. 아무리 붉고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권력의 단맛 역시 영원할 수 없다는 옛 선현들의 경고입니다. 그러나 이 명백한 이치를 망각한 채, 영원한 권력의 그늘을 탐했던 이들의 말로는 늘 비참했습니다.
정치권의 문을 두드리며 세를 과시하려던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이만희 총회장이 결국 구속됐습니다. 특정 정당에 신도들을 집단으로 입당하도록 강제한 혐의입니다. 법원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고, 철옹성 같던 그의 권세도 차디찬 구치소 창살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종교라는 이름의 거대한 조직을 움직여 정치판을 흔들려 했던 빗나간 야욕이 불러온 자업자득입니다.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종교는 왜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되는가.
우리 헌법 제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분명히 선언하고 있습니다.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원칙입니다. 이는 단순히 법 조문 속 활자가 아니라, 인류가 피를 흘리며 싸워온 역사 속에서 깨달은 생존의 지혜입니다.
종교가 정치의 영역을 침범할 때,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집니다. 종교의 본질은 ‘절대적 진리’와 ‘신앙’에 있지만, 정치의 본질은 ‘타협’과 ‘다양성’에 있기 때문입니다. 타협할 수 없는 절대성을 무기로 삼는 종교가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순간, 합리적인 대화와 설득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맹목적인 대립과 갈등만 남게 됩니다. “내가 믿는 신만이 정답”이라는 독선이 정책과 법률을 좌우한다면, 그 사회의 민주주의는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이번 사건처럼 신도들의 표심과 조직력을 빌미로 정치권과 거래를 시도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오염시키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종교적 신념을 미끼로 유권자의 눈을 가리고, 표를 몰아주며 이권을 챙기려는 행태는 정당한 정치 질서를 교란하고 국민의 주권을 모독하는 처사입니다.
정치권 역시 이번 사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표가 된다면 영혼이라도 팔 듯 종교 집단의 세력에 기웃거리고, 그들의 조직력을 선거에 이용하려 했던 정치인들의 얄팍한 계산이 있었기에 이런 괴물이 자라날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권력은 순간일 뿐입니다. 달콤한 표 몇 장에 취해 종교의 치마폭을 붙잡았던 정치권도 이제는 통렬히 반성해야 합니다.
종교는 영혼을 치유하고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등불이어야지, 세속의 권력을 쥐고 흔드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화려하게 피어난 꽃이라도 제 자리를 벗어나 길가를 가로막으면 꺾이기 마련입니다. 이만희 총회장의 구속은, 종교가 본연의 숭고한 자리를 잃고 정치라는 세속의 탐욕에 물들었을 때 맞이하게 되는 당연한 순리입니다. 화무십일홍의 이치를 붙잡고, 이제라도 종교는 제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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