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업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성공 신화 뒤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먹먹한 가족사가 숨어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재조명되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는 이 이야기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베이조스의 곁에는 “망할 확률 70%인 의붓아들에게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올인한 새아빠”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미겔 베이조스(마이크 베이조스)다. 쿠바 이민자 출신인 미겔은 제프가 4살 때 그의 어머니와 결혼해 제프를 친아들처럼 키웠다. 제프 역시 그를 진정한 아버지로 여기며 그의 성(Bezos)을 따랐다.
1994년, 제프 베이조스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차고에서 ‘아마존’이라는 미지의 모험을 시작하려 했을 때, 미겔은 아들의 가능성 하나만을 믿고 평생 모은 노후 자금 약 30만 달러를 선뜻 투자했다. 성공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직 아들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미겔이 준 것은 단순한 자본이 아니라,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든든한 정서적 버팀목이었다.
반면, 제프 베이조스의 친아버지는 그가 갓난아기일 때 가족을 떠나 오랜 세월 동안 아들의 존재조차 잊고 살았다. 시간이 흘러 제프 베이조스가 세계 최고의 부호가 된 후, 친아버지는 뒤늦게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들과의 만남을 갈망했다. 하지만 베이조스는 끝내 친아버지와의 만남을 거부했다. 그는 아버지는 자신을 낳아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고 키워준 미겔 한 사람뿐이라고 했다.
이 냉정한 듯 단호한 선택은 우리에게 ‘가족’의 정의를 다시 쓰게 만든다. 흔히 우리는 혈연을 천륜이라 부르며 절대적인 가치로 여긴다. 하지만 베이조스의 선택은 생물학적 결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삶을 공유하며 쌓아 올린 신뢰와 사랑’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피를 나눴다는 이유만으로 방임과 상처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반대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더라도, 한 사람의 인생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그의 성장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헌신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가족’의 모습이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관계의 빈곤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제프 베이조스와 그의 새아버지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진짜 가족을 만드는 것은 혈액형의 일치가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서 나누는 따뜻한 눈빛과 조건 없는 믿음이다. 피보다 진한 사랑이 존재하는 한, 우리 시대의 가족은 언제든 새로이 정의될 수 있다.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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