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여름을 기억하는 방식은 저마다 비슷했다. 동네 어귀에 누군가 받아둔 고무대야 속 미지근한 물에 발만 담가도, 친구들과 양동이로 서로에게 물을 끼얹기만 해도 온 세상이 우리 것 같았던 날들이 있었다. 마땅한 물놀이장을 가려면 큰맘 먹고 버스를 두어 번 갈아타야 했던 그때 그 시절의 여름은, 더위보다는 ‘기다림’과 ‘갈증’으로 채워지곤 했다.
그랬던 여름의 기억이 이제는 집 앞마당으로, 동네 공원으로 성큼 걸어 들어왔다.
인천시가 올여름 시민들의 시원한 숨통을 틔워줄 도심 속 공원 물놀이장 47곳의 개장 준비를 모두 마쳤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유독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 탓에 ‘올해는 또 이 더위를 어떻게 버티나’ 걱정부터 앞섰던 주민들에게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 같다.
단순히 물을 채워둔 수영장을 넘어, 요즘 공원 물놀이장들은 참 똑똑하고 다정해졌다. 특히 남동구의 물빛놀이터 같은 곳들은 해가 진 후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야간 개장’을 도입하는가 하면, 멀리서 찾아오는 인파에 막상 동네 주민들이 밀려나지 않도록 ‘구민 우선 예약제’라는 세심한 배려까지 더했다.
어쩌면 거창한 워터파크로 떠나는 휴가보다, 슬리퍼를 끌고 터덜터덜 걸어나가 이웃들과 수박 한 조각 나눠 먹으며 아이들이 첨벙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이 진짜 ‘휴식’일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 속에서 멀리 떠나지 못하는 부모들에게도 퇴근 후 아이의 손을 잡고 향할 수 있는 이 작은 공간들이 커다란 위로가 될 것이다.
늘 멀리 있는 행복만을 좇아 질주하는 우리에게, 이번 인천의 공원 물놀이장 개장 소식은 속삭이는 듯하다.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바로 우리 집 앞 공원 푸른 물결 속에 이미 와 있다고 말이다.
올여름은 유독 길고 더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걱정보다는 기대감을 품고, 주말엔 가벼운 돗자리 하나 챙겨 들고 집 앞 공원으로 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도심의 열기를 시원하게 식혀줄 테니까.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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