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미국과 이란의 14개 조항짜리 종전 양해각서(MOU) 전문이 공개되면서 국제사회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전쟁의 영구적 종식’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내걸었지만, 정작 알맹이를 들여다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거센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전쟁을 감행했던 핵심 명분인 ‘이란의 핵 폐기’는 정작 뒤로 미뤄진 채, 껍데기뿐인 합의에 천문학적인 비용 청구서만 받아 들었다는 지적입니다.
핵심은 쏙 빠진 ‘반쪽짜리’ 합의… “핵 폐기는 다음 기회에?”
이번에 공개된 양해각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제8조와 제9조입니다. 미국이 그동안 막대한 군사비와 인명 피해를 감수하며 이란과의 전쟁을 벌인 근본적인 이유는 ‘이란의 핵 위협을 완전히 뿌리 뽑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번 합의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겠다”는 원론적인 약속만 재확인했을 뿐, 가장 중요한 농축우라늄 처리와 핵 프로그램 해체 같은 ‘비가역적 핵 폐기’ 세부안은 향후 60일간 진행될 최종 협상 과제로 떠넘겼습니다. 결국 당장 가시적인 외교 성과가 필요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핵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며 ‘시한폭탄’을 그대로 남겨두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겨우 호르무즈 해협 개방 대가치고는 너무 비싼 대가
반면 미국이 이란으로부터 즉각적으로 얻어낸 실질적 조치는 제5조에 명시된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과 상선 항행 복원’ 정도입니다. 물론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는 것은 글로벌 경제에 숨통을 트여주는 일이지만, 이를 위해 미국이 이란에 약속한 반대급부는 지나치게 파격적입니다.
미국은 양해각서 체결과 동시에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풀고 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을 즉시 허용하기로 했습니다(제10조). 아울러 그동안 묶여 있던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까지 해제해 주기로 합의하면서, 이란은 전쟁을 치르고도 정권을 유지한 것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보상까지 챙기는 ‘외교적 승리’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복구 비용”… 미국과 동맹국에 남겨진 무거운 짐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들어갈 천문학적인 전후 복구 비용입니다. 양해각서 제6조에 따르면, 미국은 지역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최소 **3,000억 달러(한화 약 450조 원)** 규모의 ‘이란 경제 재건 및 개발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 자금은 이란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거액입니다.
정치권과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꼬집었습니다.
“수천억 달러의 전비를 들여 전쟁을 치르고도 핵심 안보 위협인 핵은 폐기시키지 못했다. 그러고는 겨우 해협 하나 개방하는 대가로 적국에게 수백조 원의 재건 비용까지 대주기로 한 꼴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그야말로 남는 게 없는 ‘가장 비싼 평화’를 구걸한 셈이다.”
이번 종전 MOU는 전쟁의 포성은 멈추게 했을지언정, 핵 위협의 불씨를 그대로 남겨둔 채 국제사회와 미국 납세자들에게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만 지우는 위태로운 합의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60일간의 최종 협상에서 핵 폐기에 대한 명확한 담보를 받아내지 못한다면, 이번 합의는 중동 정세의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될 전망입니다.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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