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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이 할 일, 60명이 끝낸다”… AI가 몰고 온 일자리 지각변동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입력 2026.06.10 06:25
100명이 할 일, 60명이 끝낸다”… AI가 몰고 온 일자리 지각변동

인공지능(AI) 기술이 제조 현장과 사무실을 막론하고 노동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과거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던 수준을 넘어, 이제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던 지식 노동과 정밀 제조 영역까지 AI가 깊숙이 침투하면서 고용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제조 현장의 혁신, 인력 구조의 변화

경남 창원의 가전부품 제조업체 신성델타테크는 최근 AI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과거 작업자 4명이 한 조를 이뤄 세탁기 1대당 17개의 나사를 일일이 조이던 공정에는 이제 AI 두뇌를 갖춘 로봇이 투입됐다. 이 로봇은 기온과 습도에 맞춰 스스로 나사 조임 강도를 조절하며, ‘비전 AI’가 실시간으로 불량품을 가려낸다.

이동한 대표는 “3년 전부터 AI를 본격 도입한 결과, 이전에 100명이 하던 업무를 60명 수준의 인력으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상승 압박 속에서도 AI 설비가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인력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 된 셈이다.

고학력 전문직도 ‘AI 칼바람’… 신규 채용 급감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생산직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1만 5,000명 감소했다. 이는 201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 폭이다.

연구개발(R&D), IT 서비스, 법률·회계 등 고학력·전문직군에서 이러한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생성형 AI가 문서 작성, 코딩, 회계 등 지식 노동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하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의 문을 닫거나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6년간 개발자로 일했던 박모(33)씨는 최근 사표를 던지고 해외 비행전문학교행을 택했다. 박씨는 “회사가 AI 도입을 이유로 신입 채용을 대폭 줄이는 것을 보고 더 이상 개발자로서의 미래가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고용 없는 호황’… 노동 시장의 새로운 숙제

글로벌 시장의 상황은 더욱 가혹하다. 아마존(1만 6,000명), 메타(2028년까지 20% 감원), HSBC홀딩스 등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줄줄이 대규모 감원을 예고하며 그 이유로 ‘AI에 따른 인력 효율화’를 들고 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이른바 ‘고용 없는 호황’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제 AI는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장기 프로젝트 관리까지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노동 시장의 구조적 재편을 예견했다.

AI 시대의 도래는 산업 효율성을 높이는 기회인 동시에, 전통적인 고용 형태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단순한 직업 유지를 넘어, AI와 공존하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창의적 감독’과 ‘전략적 설계’ 역량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