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술 소비문화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가계의 주류 관련 지출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며 10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이후 정착된 회식 문화의 변화와 건강을 중시하는 흐름, 그리고 의도적으로 술을 멀리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의 확산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물가 빼니 9% 뚝…통계 개편 이후 ‘역대 최대 감소’
2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 가구의 월평균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1만 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감소했다.
실질 소비지출은 명목 지출에서 물가 상승에 따른 변동 영향을 제거한 수치다. 즉, 국민들이 실제로 소비한 술의 양이나 빈도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이번 -9.0%라는 감소 폭은 정부가 관련 분기 통계를 개편해 다시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이로써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2023년 4분기(-4.4%) 이후 10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기록하게 됐다. 통상 설이나 추석 명절이 포함된 분기에는 선물용이나 차례용 등으로 주류 소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옛말이 됐다. 물가상승분이 반영된 명목 지출로 보아도 1분기 주류 지출은 전년 대비 7.5% 감소하며 8분기째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50대 가구서 감소 폭 가장 커…전 연령대 ‘술잔 내려놓기’
가구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기성세대의 술 소비 감소가 특히 두드러졌다.
50대 가구: 주류 명목 지출이 1년 전보다 10.2% 감소해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60세 이상 가구: 6.9% 감소하며 뒤를 이었다.
39세 이하 가구 및 40대 가구: 각각 5.7%, 5.1% 감소했다.
특히 39세 이하 청년층 가구는 5분기 연속, 40대 가구는 9분기째 줄곧 지출을 줄이고 있어 연령을 막론하고 ‘안 마시는’ 문화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장기적인 출고량 지표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2024년 기준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 1,000㎘(킬로리터)로, 10년 전인 2014년(380만 8,000㎘)과 비교해 17.3%나 급감했다.
’소버 큐리어스’ 확산…술 줄었지만 담배는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웰빙과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 그리고 억지로 마시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삶을 즐기려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의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주류업계에서는 알코올 도수를 낮추거나 아예 알코올이 없는 비·무알코올 음료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며 생존 전략을 고심 중이다. (다만 가계동향조사에서 무알코올 음료는 주류가 아닌 음료 지출로 집계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취할 때까지 마시자’는 폭음 문화나 강제적인 직장 회식이 사라진 자리를 가벼운 홈술이나 무알코올 음료가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술과 달리 담배 소비는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올해 1분기 담배 실질 소비지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5% 증가하며 4분기 연속 전년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 묘한 대조를 이뤘다.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인천매일신문.kr | 1688-7205
저작권자 © 인천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