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 타임(In Time)’의 세상에서 인간은 25세에 성장을 멈춘다. 남은 시간(돈)만 충분하다면 그 외모 그대로 영생을 누릴 수 있다. 터무니없는 상상이라 치부됐던 이 설정이 최근 첨단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적인 과학적 목표’가 되고 있다. 노화를 자연스러운 섭리가 아닌,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규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 세포의 시간을 되돌리는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세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기술이다. 하버드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야마나카 인자(Yamanaka factors)’를 이용해 늙은 쥐의 시력을 회복시키고 뇌 세포를 젊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세포 내 DNA의 변형된 정보를 리셋하여 세포를 ‘초기화’하는 원리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알토스 랩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 늙은 세포만 골라 제거하는 ‘세놀리틱스(Senolytics)’
우리 몸속에는 분열을 멈췄지만 죽지 않고 주변 세포에 염증을 퍼뜨리는 ‘좀비 세포(노화 세포)’가 존재한다.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이 개발 중인 ‘세놀리틱스’는 이러한 좀비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킨다. 임상 시험 결과, 근육 재생력이 강화되고 신장 기능이 개선되는 등 전신 건강 지표가 젊은 층 수준으로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 피 한 방울로 젊음을 찾다… ‘젊은 혈액’의 비밀
영화 속 시간 거래처럼, 젊은 피를 수혈받아 노화를 늦추려는 시도도 구체화되고 있다. 젊은 쥐와 늙은 쥐의 혈관을 연결했을 때 늙은 쥐의 장기 기능이 회복된다는 ‘개체결합’ 실험에서 착안한 기술이다. 현재는 혈액 내 특정 단백질(GDF11 등)을 추출해 회춘을 유도하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으며, 이는 인체 내 노폐물을 청소하고 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데 효과를 보이고 있다.
■ 현실판 ‘인 타임’, 사회적 계급화 우려도
기술은 진보하고 있지만 숙제도 적지 않다. 영화에서처럼 ‘노화 방지’가 막대한 부를 가진 이들의 전유물이 될 경우, 생물학적 수명 차이에 따른 새로운 사회 계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대 의대 의과학과 교수는 “현재의 속도라면 향후 20~30년 내에 노화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늦추거나 일부 되돌리는 치료제가 대중화될 수 있다”며 “이제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닌, ‘어떤 청년기를 유지하느냐’의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5세의 외모로 100년을 사는 시대. 인류는 이제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노화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대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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