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오랜 아킬레스건이자 지역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아암물류2단지 화물차주차장’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안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외침과 물류 인프라 확보를 주장하는 행정의 평행선은 수년째 이어져 왔지만, 최근 연수구가 보여준 ‘예외 없는 강력 대응’ 기조는 이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주차장 하나를 짓고 안 짓고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이 시민의 삶과 안전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느냐는 ‘신뢰’의 문제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IPA)는 물류 효율성을 기치로 내걸고 송도 아암물류단지 내에 5만㎡ 규모의 화물차주차장 조성을 밀어붙여 왔다. 하지만 송도 주민들은 줄기차게 대안지 마련과 부지 이전을 촉구해 왔다. 수만 명의 아이들이 다니는 통학로와 주거 단지 인근으로 대형 화물차가 쉴 새 없이 드나들 때 발생할 소음, 분진,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교통사고 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주민들에게 있어 이것은 님비(NIMBY)가 아닌, 생존권의 문제였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와 시가 보여준 태도는 일방통행에 가까웠다. 용역 결과만을 방패 삼아 “적합한 대체지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사이,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최근 연수구가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화물차주차장 개장에는 타협이 없다”며 부지 이전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선 것은, 그간 쌓여온 지역 민심의 폭발을 대변한다. 자치구가 직접 나서 강력 대응을 예고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행정의 존재 이유는 주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물류 산업의 발전과 국책 사업의 원활한 진행도 중요하다. 대한민국 경제의 동맥인 물류가 멈춰 서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 어떤 거창한 경제적 논리나 국책 사업도 시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앞설 수는 없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인프라 구축은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과 갈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지금이라도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를 멈춰야 한다. ‘답정너’식 행정에서 벗어나, 연수구 및 지역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상생 방안과 대체 부지를 찾는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서야 할 때다.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는 법과 원칙이라는 명분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눈높이에서 귀를 여는 ‘소통의 정치’에 있다.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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