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확산… “진보·보수 불문한 참정권 침해”
“이한열이 피로 지킨 민주주의, 국가기관 무능 앞에 멈춰 섰다” 분통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대학가의 목소리가 전국적인 시국선언으로 번지며 일촉즉발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지지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인 ‘참정권’이 국가기관의 무능으로 침해당했다는 청년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해 연세대, 고려대, 인하대 등 전국 18개 주요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 10일 오후 6시를 기해 각 캠퍼스에서 동시다발적인 시국선언을 감행했다. 6·10 민주항쟁 39주년과 맞물린 이날, 대학가 광장에 모인 학생들의 손에는 “내 한 표는 어디로 갔나”, “부끄러운 선관위, 참정권을 규명하라” 등의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날 서대문구 연세대 총학생회관 앞에 모인 200여 명의 학생들 뒤로는 ‘한열이를 살려내라’고 적힌 이한열 열사 추모 현수막이 펄럭였다.
황인서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침통한 목소리로 “1987년 우리 선배들은 이한열 열사의 죽음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거리로 나와 1인 1표의 민주주의를 쟁취했다”며 운을 뗐다. 이어 “국민이 투표소에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번 사태는 진보와 보수, 여야의 유리함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과연 민주공화국으로 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위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같은 시각 고려대학교 민주광장과 서울대학교 단과대 앞에서도 청년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학생들은 이번 사태를 명백한 ‘행정 무능에 의한 참정권 박탈’로 규정했다. 서울 송파구 등 일부 격전지 투표소에서 용지가 모자라 유권자들이 몇 시간씩 대기하거나 결국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간 정황을 두고, 선거 제도의 신뢰성이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대학가는 이번 행동이 정치적 음모론이나 ‘부정선거’ 프레임으로 변질되는 것에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서울대 총학 측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부실하기 짝이 없던 시스템의 투명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며 철저한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전국 18개 대학 공동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시국선언문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주권 침해에 대한 실질적 구제 조치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면적인 구조개혁 단행 ▲청년과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적 개혁 감시기구 구성 등 4대 요구안이 담겼다.
현재 대학가 입장문 수집 플랫폼인 ‘한 표의 기록’에 따르면, 자치기구와 학과 차원의 개별 성명서까지 합쳐 전국 212개 대학에서 391건이 넘는 시국 선언이 쏟아지는 등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중이다. 합동수사본부가 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나, “민주주의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청년들의 날 선 질문에 정부와 선관위가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번 시국선언 정국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인천매일신문 이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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